英 법원 “두바이 군주, 이스라엘 ‘페가수스’로 전 부인 휴대폰 해킹했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오른쪽) 두바이 군주와 하야 빈트 알후세인(왼쪽) 부부가 2008년 영국 잉글랜드 로열 아스코트 행사에 참여한 모습. 윈저=AFP 연합뉴스

‘중동의 억만장자’로 불리는 아랍에미리트(UAE) 총리 겸 부통령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72) 두바이 군주가 전 부인과 주변인들의 휴대폰을 해킹했다는 영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해킹에는 이스라엘 보안기업이 만든 스파이웨어 ‘페가수스’가 사용됐다. 전 세계 언론인과 정치인 등의 휴대폰 불법 감시에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페가수스’의 구체적인 악용 실태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고등법원은 최근 “무함마드 군주가 여섯번째 부인인 요르단의 하야 빈트 알후세인(47) 공주를 지속적으로 위협하기 위해 휴대폰 해킹을 승인하거나 묵인했다”고 판단했다. 둘은 현재 영국에서 이혼 및 양육권 소송 중이다.

법원은 무함마드 군주 측이 하야 공주뿐 아니라, 그의 변호인이었던 피오나 섀클턴 영국 상원의원 및 경호원 등 5명의 휴대폰도 해킹했다고 밝혔다. 하야 공주 휴대폰은 지난해 7~8월 총 11차례 해킹을 당했는데, 24시간 음성 녹음 분량의 데이터와 사진 500여 장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드러난 사실들은 영국 형법 위반이며 유럽인권조약에도 위배된다”라며 “무함마드의 자녀 접견권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요르단의 하야 빈트 알후세인(흰옷 입은 이) 공주가 그의 변호사인 피오나 섀클턴 영국 상원의원과 지난 2월 런던 고등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해킹 사실은 ‘페가수스’를 개발한 이스라엘 보안업체 NSO그룹의 고위 관리자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부인이자 NSO그룹 고문으로 있는 셰리 블레어에게 귀띔해 주면서 드러났다. 하야 공주 측은 셰리 블레어의 긴급 전화를 받고서 해킹을 인지했다.

또, 무함마드 군주가 영국 런던 버크셔 소재 하야 공주의 주택 옆집을 3,000만 파운드(약 485억 원)에 매입하려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법원은 하야 공주에 대한 감시나 압박 목적으로 간주, 그의 집 주변 100m에 대한 접근 금지와 상공에 대한 비행 금지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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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 공주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의 이복동생으로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2004년 무함마드 군주와 결혼했다. 하지만 무함마드 군주가 다른 부인 사이에서 난 두 딸을 납치, 감금한 일로 갈등을 빚었다. 2019년 이혼 통보를 받은 하야 공주는 두 미성년 자녀와 함께 영국으로 도피해 양육권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무함마드 군주는 “나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군주로서 사적인 가정사 소송에 연루된 상황에사 외국 법원에 민감한 사안과 관련한 증거를 제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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